텅 비어 버렸다. 그래서 꽤 오래 나는 저절로 살아져버렸다. 누구는 나를 보고 속세의 어여쁜 액세서리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소외된 인간이다. ‘여행생활자’란 말을 만들어낸 나는 여행을 많이 하고 다녔고 이리저리 베이고 굴러다녔다. 그러다 어느 읍내의 쓸쓸한 밤거리에서 ‘달방환영’이라는 네 글자가 반짝이는 간판들을 보았다. 월세 손님도 환영한다는 글자들이었겠지만 나는 마치 달 위에 놓인 방의 환영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돈이 없어 가끔씩만 그런 여관방에서 잘 수 있었다. 대신 나는 땅콩만 한 스쿠터를 타고 바람처럼 전국의 다방을 싸돌아다녔다. 아니 어쩌면 바람이 아니고 바람에 쓸려 다니는 검은 비닐봉지 같았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얼굴에는 늘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다녔다. 그러다 아무 다방에나 들러 말끔하게 세수를 하고는 ‘나는 세상에서 꽤 가치 있는 인간이야’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그대들과 마주 앉아 심심하게 커피를 마셨다. 간혹 정답기도 했다. 뒤돌아보면 사라지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