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디자인을 구상할 때면 고향의 선돌을 생각한다. 내 마음의 지도 외에는 그 어디에도 그려져 있지 않은, 형형한 보름달이 떠 있는 고향의 맑고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묵묵히 서 있는 선돌.
태곳적 무명의 예술가가 세웠을 선돌의 위풍당당한 표정은 세월에 마모되고 바람에 사라져, 지금은 우뚝한 형상만 남아 있다.
선돌은 울고 싶을 때 깊고 긴 골짜기에서 바람을 불러들인다.
그 바람은 세월을 거치는 동안 울음을 잦아들게 하고, 나에게 선돌의 전설만을 들려준다.
한 번도 그 무명의 예술가를 만난 적이 없는 나는 바람의 전설만을 좇아 이렇게 곳곳에 선돌을 세우고 있다. 운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