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서 유를 창조한 진짜배기
수원시에 임용된 1994년 당시 사실상 국민학교 졸업[중학교 검정고시 합격] 수준이었다. 요즘 후배들처럼 화려한 스펙은커녕 실력의 척도로 여기는 외국어 실력도 속된 말로 개판이었다. 국민학교도 제때 졸업하지 못하고 사회에 나왔으니 제대로 된 졸업장 하나 없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수원시를 대한민국의 공공기관 가운데 최고 수준의 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무식하면 약이 없다고? 천만의 말씀! 꿈꾸는 사람에겐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박박 우기며 살고 있다.
과거부터 최대경쟁력을 ‘국졸’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국졸을 오히려 장점으로 여기기도 했다. 비근한 말로 공부하기 싫어 못한 것이 아닌 가정환경이 여의치 않아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좀 더 솔직히 말하면 학력으로 인해 부끄러움과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무척이나 많았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덕분에 짜장면 배달원부터, 전기와 가스기사, 대형트럭[트레일러 등] 운전기사, 공인중개사, 북아프리카[리비아] 노동자, 도시가스 설비기사 등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
수원시에 임용된 이후, 여러 선·후배 동료 공직자의 도움으로 학문을 겸했다. 하지만 공직에서 학문을 병행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걸림돌이 한둘이 아니다. 거대한 산이 따로 없다. 때문에 초지일관 벼랑 끝이라 생각하고 열과 성을 다했다. “본래 무식했던 놈이니 소득이 없으면 그만이고 결과가 좋으면 얼마나 좋겠나!”라는 생각으로 올인했다. 행운의 여신(?)은 존재함이 분명했다.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속된 말로 죽도록 공부에 매진했던 것이 주효한 셈이다.
국졸이라고 당당히 외치고 다녔던 난 가끔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는 웃기는 놈이다. 남들은 경솔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스스로의 삶을 반추해 보면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만큼, 자강불식(自彊不息)하는 삶을 지속하고 있다. 때문에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있다. 혜택 받은 것을 돌이켜 볼 때 계량할 순 없지만 과분할 만큼 많이 누리며 살았다. 어떤 형태로든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툭하면 설친다. 하루 이틀이 아니다. 다행이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관성 때문이다. 가령 선행을 늘 행하는 사람은 악행을 저지를 생각조차 못한다. 하지만 악행을 늘 일삼는 자는 개과천선했다고 주장해도 쉽게 선행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사람을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궤적을 살펴보면 된다. 평소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사람인지 자신의 안위만을 위했던 사람인지 보인다. 여기 김해영의 궤적 일부를 드러낸다. 평소 성품대로 가감 없이 기술했다. 이를 통해 하해(河海)와 같은 시민들이 동참하여 더 맑고 밝은 사회가 건설되길 학수고대한다.
2022년 2월
송죽동(松竹洞) 연구소에서
100년 전, 인류가 생산한 지적자산을 동일한 만큼 양적(量的)으로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100년이 걸렸다고 한다. 요즘은 인류가 생산한 지적자산을 동일한 만큼 양적으로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불과 3시간이면 가능한 시대다. 일찍이 경험(經驗)해보지 못한 세상에서 우리는 호흡(呼吸)하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선 ‘속도보다 방향’이란 말이 회자(膾炙)되곤 하나 ‘넋 놓고 살 수 없는 시대’에 있는 것이다.
엥겔스가 1844년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후, 토인비가 이를 대중화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로부터 2차와 3차를 거쳐 어느새 4차 산업혁명 시대, 즉 메타(Meta) 시대로 깊숙이 들어왔다. 메타의 시대는 ‘인문학과 과학이 통섭되는 시대’다. 컴퓨터 기술 기반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 등이 신대륙인, ‘디지털 생태계’로 전환(轉換)시킨 것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지식(知識)이 존재’한다. 하나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의 지식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알고 있는 느낌의 정도가 아닌, 설명도 가능한 지식이다. 사실 지식은 설명까지 가능해야 살아있는 지식이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오늘날, 지성인(知性人)들은 어떤 지식을 흡수(吸收)하고 소화시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는 선현(先賢)들의 사상(思想)을 올바로 받아들이는 자세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움직인다. 미래는 ‘지금 바로 여기’다. 윌리엄 깁슨의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란 주장도 있으나, 이전에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디지털 신대륙’이란 곳에서 호흡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신대륙으로 들어가는 디딤돌’인 인문학(人文學)을 읽어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나 자신만의 삶이 아닌, 공동체의 항구적인 발전과 보전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비자(韓非子)』는 오늘날 가장 널리 퍼진 사상 가운데 하나이고, 대부분의 사람에겐 철학과 사상적 관심이 없더라도 법가(法家)의 가르침이 실생활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비자(韓非子)』는 ‘법가’를 깊이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으며,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법가의 사상과 문화, 역사, 철학적 접근 방법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론적인 지식과 함께 평화로운 삶을 사는 데 ‘도움을 받을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한비자(韓非子)』는 법가(法家)를 처음으로 접하는 분들이나 이미 ‘법가’에 대한 지적 역량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학습서가 되리라 확신한다. ‘법가’의 사상과 문화적 가르침이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한비자』를 통해 ‘법가’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洞察)을 바라며, 이를 통해, ‘더욱 지혜로운 삶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2024년 12월
송죽동(松竹洞) 승영철학사상연구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