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어판 출간에 부쳐 ★
『인지과학 혁명』이 한국어로 출간돼 대단히 기쁩니다.
이 책의 초판이 간행된 것은 1986년으로, 1983년 일본인지과학회가 창립된 지 3년 뒤입니다. 일본에서는 인지과학의 태동기에 해당합니다.
미국에서 '인지과학회(Cognitive Science Society)'가 창설된 해는 1979년으로, 1980년대 초기는 인지과학이라는 새로운 과학이 세계적 수준으로 대두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열기와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새로운 학문의 영역이 탄생한 사실은 역사적으로도 결코 빈번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인지과학이 어떤 연구를 지칭하는지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았으며, 오로지 인간에 관한 '재미있는 연구'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인지과학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 각오로 임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스스로가 '재미있는 연구'로 여기고 열중하던 연구를 인지과학이라는 타이틀로 끊임없이 발표하는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와중에 집필하게 된 이 책은, 인지과학 연구방법의 입문서 같은 교과서적인 해설책이 되지 않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재미있는 연구'를, 재미있게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할 작정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정보처리적 접근'을 통해 인간의 환경과 사회와의 상호교류를 중시하는 '생태적 접근'을 다루고, 특히 도구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인터페이스론으로 전개시켰습니다. 만약 앞으로 좀 더 내용을 추가한다면, 상황적 학습론이나 학습환경 디자인론 등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이미 이러한 방향으로의 전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토다 마사오 교수님의(戶田正直) '부록 『인지과학 혁명』 해제'를 읽노라니, 아직도 새로운 인연구로의 선동이 부족하지 않았나 통탄하게 됩니다. 토다 교수님은 이 책이 지나치게 진지하고 신중해서, 평상시 사에키 식의 "좀 더 해봐!"라는 선동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하셨습니다. 토다 교수님의 뜨거운 연구 의욕에는 지금도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애통한 일이지만, 토다 교수님은 2006년 9월, 향년 82세로 별세하셨습니다. 이 책에 대해 이 같은 훌륭한 응원가를 남겨주신 점에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감사드리고 동시에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지막으로 김남주 씨의 번역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성실함에 감사하며, 한일 양국의 출판사에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번 출판을 통해 한일 양국 간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