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서는 높이 평가되고 역주서는 낮게 평가하는 이상한 풍토가 있다. 역사학 분야는 연구서 단행본을 1-2년 만에 뚝딱 내어 놓을 수도 있을 것이고, 5-6년이 걸려도 내기 힘든 역주서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의 역주는 필자가 집중하여 지속적으로 작업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일이 오래 걸리게 된 점도 있다. 연구가 斷編的(단편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다시 시작할 때 워밍업을 할 시간이 필요하여 原典(원전)을 되풀이 읽게 되는 회수가 자연히 늘어나게 되었다. 거기에다 여러 한글 번역본과 일본어 역본, 영어 역본, 언해본, 중국어 點注本(점주본) 등을 조사하였으므로, 아마 필자는 수십 회에 걸쳐 최부 <표해록>을 精讀(정독)하며 내용을 검토해 왔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