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시작하면,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 사랑에서 내가 받을지도 모르는 상처에 대해 염려해요.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도 망설이고 자꾸 상대의 마음만 확인하죠.
승지와 희원의 이별이 덤덤하고 사소했던 것처럼 다시 만나고 다시 사랑하는 것도 덤덤하고 사소하게 그리고 싶었다면 이해해주실까요?
왜 글을 쓰는지 고민합니다. 쓰고 나선 왜 썼을까 후회하고, ‘뭐 그렇게 엉망은 아닐 거야’라는 위로와 ‘잘 쓰고 싶어’ 사이에서 매번 괴로워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즐겁습니다. 그 누군가가 자신의 인생을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더 그렇고요.
스물일곱의 고우신을 만나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고우신처럼 깊고, 맑고, 가벼운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고요. 고우신을 몰라주는 사람들을 향해, 세상을 향해 주먹을 꽉 쥐어보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바느질을 하고 있을 그녀 고우신처럼, 저도 어디선가 무엇이든 쓰고 있을 겁니다. 입 꼬리를 올려 씩 웃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