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일흔 날을 맞았는가, 내가 내게 묻는다.
아무 이루어 놓은 것도 없이 하염없이 먼 산 하늘만을 바라보다가 흰 구름처럼 흘러왔구나.
구름은 흘러도 하늘은 남듯이… 그래, 그랬구나.
지난해까지 펴낸 시집 여덟 권 가운데 나름으로 100편을 가려 뽑아 시선집詩選集을 펴내고자 한다.
우리나라 세월도 사계절, 내가 글을 쓰는 방도 책상도 네모꼴, 대부분의 책꽂이 시집들도 제4부,
그래서가 아니라 그저 편의상 제1시집부터 차례대로 25편씩 나누어 놓은 것이다.
까닭이 없는 까닭이 아닌가, 내게 내가 묻는다.
아무 이루어 놓은 것도 없이 하릴없이 먼 산 하늘만을 바라보다가 흰 구름처럼 흘러가겠구나.
2016년 서산에서
지지리도 가난한 내 눈이여!
어둠에 젖어 귀를 열려는가?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들으라.
하릴없이 쓸쓸한 내 귀여!
슬픔에 젖어 눈을 뜨려는가?
들리는 것만 듣지 말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으라.
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보라.
어차피 내 눈이며 귀가 시의 둥지인 것을 어쩌랴.
2015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