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전쟁의 공포로 되살아난 괴물 ‘프랑켄슈타인’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의 번역 의뢰를 받았을 때 가장 마음 에 들었던 점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단어였다. 지난 수백 년 동안 나를 포함해 이토록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캐릭터가 프랑켄슈타인 외에 또 있었던가? 나로서는 말 그대로 ‘인생소설’이다! 물론 아흐메드 사다위가 이 작품으로 이라크 사상 최초로 국제아랍소설상을 수상하고, 한강의 『흰』과 함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후보이자, 최종 2인까지 올랐다는 사실도 놓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난 전혀 망설이지 않고 “네, 제가 하고 싶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해석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라면 오히려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이 『프랑켄슈타인』을 능가할 것 같다. 무명씨가 온갖 민족, 부족, 인종, 계급 등 다양한 출신과 배경의 조합인 것만큼이나(신체 부위의 출신과 배경이 다양하므로 나는 과거에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불가능한 조합을 상징한다. ?본문 중에서) 이 소설 역시 온갖 장르를 조금씩 떼어내 꿰매놓은 것처럼 정체를 규정하기가 어렵다.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드와이트 가너Dwight Garner는 심지어 이 소설을 두고 공포소설이자 저널리즘소설이라고 했는데, 다소 과장은 있어도 정곡을 찔렀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번역 원고를 받은 출판사의 첫 반응은 “재미있다”였다. 내 생각도 그렇다. 지루한 내용이면 번역을 하는 내내 한숨을 쉬거나 딴짓을 했을 텐데 이 소설만큼은 오히려 빡빡한 마감 일정을 앞당기기까지 했다. 당연히 작가 사다위의 독특한 서술방식과 스타일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그 구분마저 모호하게 만 드는 능청스러움이 읽는 이의 혼을 빼놓을 만하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소설 속의 주인공 폐품업자 하디를 닮았다. 헛소리에 구체적인 조 미료를 더해, 관객들로 하여금 허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귀를 기울 이게 만드니 왜 아니겠는가. 또 하나의 이유를 짐작하자면 전쟁 당시 이라크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닮았기 때문이리라. 미군정과 6.25 전쟁을 거쳐 군부독재까지, 무법과 폭력이 판치던 역사 속에서 우리 민초들이 겪었을 분노와 무기력과 체념이 이 소설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만 한편으로 바로 그 아픈 역사가 아흐메드 사다위라는 이라크 사상 최고의 소설가를 낳았을 터이니 그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겠다.
《페리맨》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 전개와 반전, 악귀들과의 생사를 건 싸움, 그리고 무엇보다 페리맨인 트리스탄과 딜런의 애틋하면서도 아슬아슬한 감정이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내 앞에는 《페리맨》의 속편인 《트래스패서》와 완결편인 《아웃캐스트》 가제본 원고도 놓여 있다. 하루 빨리,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나머지 작품도 소개할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