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슈킨이 푸가초프 농민반란을 바라보았던 시각, 톨스토이가 1812년 나폴레옹 군대와의 전쟁을 바라보았던 시각은 제가 혁명과 역사적인 사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죠. 그리고 고골리와 시체드린의 눈으로 소비에트 현실을 바라보았습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조야의 아파트>에 나오는 마네킹과 춤을 추던 이반 바실리예비치에게 붙인 '죽은 몸'이라는 별명도 고골리의 <죽은 혼>을 생각하면서 붙인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혁명은 과거의 정치, 경제적 질서뿐만 아니라, 그 문화와 전통도 부정했습니다. 특히 소비에트 초기에는 옛 작가들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고 혁명적인 작가인가 아닌가는 동시대 작가뿐만 아니라 고전 작가들을 평가하고 그 존재를 인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었죠. 어쩌면 모든 것을 완전한 영점에서 출발하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소비에트 이데올로기가 부정하고 싶어하던 시간의 연관을 보았고, 그 옛 작가들의 말과 삶을 바라보는 방식들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이 제겐 중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