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쌓이면 병이 된다고, 시인들은 먼 하늘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마음속 그리움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난 매일같이 그림을 그렸고, 그림을 그리면서 아픔을 달랬다. 떠나보낸 사랑을 후회하는 건 소용없는 일이라고, 상처받은 사람들은 술 한잔에 기대어 그렇게 말했다. 마음속 후회를 잠재우기 위해 난 그림을 그렸고, 글을 썼고, 그러면서 가끔씩 울곤 했다. 그러면서 난 생각했다. 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용서받기 위해 시작한 이 작은 그림책이 나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이에게 위안이 되기를…….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묻는다. “너는 누구냐?”그때마다 더 높은 곳, 더 화려한 것만을 찾아 줄달음쳐 온 삶이 부끄러워 내가 누구인지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내 삶에 허락된 길이만큼 살고 싶지 않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더러는 실패하여 눈물 흘리더라도, 뜻밖의 행운이 예고 없이 찾아와도, 내게 허용된 깊이와 넓이만큼 살기를 바란다. 생의 한복판을 걸어가고 있는 지금의 내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조금은 느리게, 안단테, 안단테…… 나는 오늘도 거울 속의 나에게 말한다. andante, andante…….
내 꿈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평생 변함없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서서 누군가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내 꿈은 그다지 거창하지 않다. 혼자만의 자유를 고집하기보다는 더불어 함께 하는 삶 속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고 싶다.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되는 사람, 소박한 일상 속에서도 언제나 희망을 말하는 사람이고 싶다. 외로움에 지쳐 있을 때 언제든 달려와 나를 위로해 주었던 친구들에게 나는 참으로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이 책은 그들에게 바치는 감사의 선물이다.
<파페포포>를 작업할 때 나는 나를 위로하려고 글을 썼고 그림을 그렸다. 그 이후 나는 자신을 위한 소리가 아닌, 상대를 위한 친절한 글을 그리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결국 나를 위로하는 이야기와 그림을 그렸다. ... 나처럼 자신을 초라하고 부족하게만 느끼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책을 읽은 후에 지금보다는 조금 더 성숙한 마음을 간직하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