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우리의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목이 마르도록 그리워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런 그리움이 없어진다면 인간의 본질적인 고독에서 우리는 벗어날 길이 없다.
우리는 마음속에 저마다 섬을 지니고 산다. 그 섬은 우리의 삶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이다. 나의 멸망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많이 섬으로, 바다로, 당신의 눈물 속으로 떠났으며 앞으로도 얼마나 많이 떠나야 되는 것일까?
문지에서만 열한번째 시집을 펴낸다.
모두 스물한 권이 된다.
부지런히 시를 써왔지만 한 점 부끄러움을 다시 만난다.
간간이 씌어진 제주어에는 별도의 각주를 달지 않았다.
꿈을 잃지 맙시다.
새해 첫날
황동규 시인이 일러준 이 말을 되새기며
사위어드는 꿈의 불씨를 되살린다.
2016년 5월
하얗게 제비꽃 피는 날에
지는 해를 바라다보며 내일을 생각한다.
어차피, 인관관게는 홀로가 아니면,
함께하는 끼리끼리의 이해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서 벗어나보려고 하지만
소용없음을 깨닫는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집착해봐야
말라르메가 만났던 허무나 만나게 된다. 고독하다.
백 년 후엔 한글이 없어져 있을 것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영원히 살 것 같이 아옹다옹 헛된 독자 키우기에,
무슨 상 받아먹기 등에 기 쓰지 말자.
이미 위대한 나는 죽었다.
바라건데 '없음'에 기여하기를 바랄 뿐이다.
제주어(제주 토박이말)가 사라져간다.
제주인도 사라져간다. 사라지기 전에 이 언어로
제주 4.3사태 등에 대한 몇 편의 시를 썼다.
미래보다 과거를 향한 시선이 아직도 강렬하게
나를 응시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젊은 날부터 목말라해온 한 편의 시 쓰기.
이번에도 나는 그 한 편의 시는 못 썼다.
아, 한 편의 시 쓰기.
그 그리움의 미지, 미지의 그리움을 찾아 떠나는
마지막 항해를 나는
꿈꾼다.
2011년 초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