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타래처럼 얽힌 지난 십 년을 꺼내 풀어놓는다.
어머니의 죽음, 구례로 귀촌, 퇴직, 아이들 결혼,
그리고 암 투병 5년
아슬아슬하고 가파른 생의 정점인 십 년이었다.
그렇지만 이젠 됐다.
섬진강이 끌어주고 지리산이 밀어주니 더 무얼 바라겠는가.
나를 끌고 밀어 여기까지 와준,
‘나를 살린 풍경들’과 어울리다가 돌아가리라.
2024년 모래그림마을에서
김인호
다섯 아이들 저마다 자기의 지게를 지고 길을 나서고 나서 40년 동안 지고 다녔던 지게를 벗었다. 지게만 벗으면 가벼울 것만 같았던 어깨 위로 저물녘의 허허로움이 내려앉는다.
네 해 전 그리던 당몰샘이 있는 마을로 옮겨 앉았다. 섬진강이 휘돌아 나가는 지리산 아랫마을 구례에 새 둥지를 틀고 새벽마다 창을 열고 강을 내다본다.
봄 가을이면 무진장 운해의 마을답게 오늘도 운해가 가득하여 강으로 갈까, 산으로 갈까 잠시 망설이다 길을 나선다. 섬진강길, 지리산길 어디라도 좋다. 다시 모든 길들은 새 길이다.
맑은 섬진강물과 푸른 지리산 자락에 기대어 편지를 띄웠던 날들, 편지를 띄울 그대가 있어 좋았다. 참 좋았다. 내일도 그러하리라.
2019년 늦가을 삼태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