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독자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떠올리는 건가요?” 하고 물어올 때가 있습니다. 그건, 나로선 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떠올린다’라고 하면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일 텐데, 나는 지금까지 이야기를 쓰려고 작정하고 책상 위에 앉아 머리를 쥐어짠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있어 이야기는 어딘가에서 휘익 떨어져 내리는 것이라, 내가 떠올리거나 생각해내거나 한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질문에는 언제나 이렇게 대답합니다. “어딘가에 이야기의 작은 새가 있어서, 어느 날 갑자기 내 머릿속으로 날아와 앉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작은 새가 날아가지 않고 앉아 있을 동안에 서둘러 적어 두는 것입니다.” 하고요.
단,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을 보거나, 혹은 이야기 들려주는 걸 듣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아,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구나. 이런 이야기가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할 때는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 어딘가에 머물고 있으면, 그 냄새를 맡고 이야기의 작은 새가 날아와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에 쓴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아이』도, 이번 『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아이』도, 그런 식으로 작은 새가 날아와 주었습니다.
이번 이야기에 대해서 좀 말하자면, 이 이야기가 책이 되어 나올 수 있게 도와준 좀 특별한 이가 있습니다. 누군가 하면, 나와 같이 살고 있는 무무라는 고양이랍니다. 무무는 이 이야기 속 고양이와 똑같이 줄무늬 모양인데, 이야기 속 고양이와는 달리 아주 착해서 이 책 작업을 할 때 조금도 싫어하는 기색 없이 그림의 모델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번 『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아이』가 나오면서 새삼 알게 된 것입니다만,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아이』가 나온 지 벌써 40년이나 지났다는 사실입니다. 스스로도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꽤 사이를 두고 태어났지만, 이 두 책 속 두 여자아이는 자매입니다. 이제부터 도서관에서도, 아이 방 책꽂이에서도, 언제나 둘이 나란히 사이좋게 손을 잡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직접 만든 손가락 인형으로
함께 놀아 보세요.
사람의 마음을 밝게 해 주는 인형을 만드시는 나카가와 리에코 씨에게 자극을 받아, 저도 약 2년 전부터 열심히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재료는 주로 오래 입은 스웨터와 찢어진 스타킹 같은 것입니다. 종이본도 없이 그저 영감만으로 마름질하여 곰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너무 여윈 곰이 되어 도중에 그만 고양이로 바뀌어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이 작업은 완성될 때까지는 뭐가 될지, 제작자도 알 수 없는 설렘이 있습니다.
하지만 재료일 때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불과한 작은 천 조각이나 낡은 스웨터가 내 손이 닿아 인형으로 탈바꿈하는 순간, 그들은 각각 자기의 개성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또 그 인형을 손에 잡은 사람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 재미있어서 참으로 여러 가지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손가락 인형을 만드는 계기를 주신 것은 후지나미 히로코 씨였습니다. 그 분이 만드신 꼬마 토끼의 손가락 인형이 너무나 귀여운 나머지 모방해서 만들어본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족 한 쌍을 만든 그 토끼로 「꼬마 토끼의 가출」 이라는 이야기를 우리 <가정 도서실> 아이들 앞에서 공연하였는데, 아이들이 너무나 기뻐하던 것이 격려가 되어 손가락 인형에 대한 의욕이 솟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히 1년 전쯤에, 제가 인형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어떤 분께서 보내주신 헝겊 중에 갈색 모직 천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자마자 ‘이건 늑대다!’라는 영감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제 식으로 만들어 본 것이 바로 이 늑대입니다. 스웨터와는 달리 신축성이 없는 천인 데다가, 평소처럼 종이본 없이 바로 마름질 했더니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천이 부족해져서 만드는 데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하여 어린이들이 늑대라고 인정해 줄 만한 인형이 완성됐습니다.
아이 인형과 엄마 인형도. 가지고 있던 남성용 낡은 낙타 셔츠를 손질하는 동안 완성됐습니다. 하지만 이 둘의 양복을 색상과 무늬만 보고 고르고 재질에 대한 것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도 늑대의 경우처럼 신축성이 없어 움직임이 제한되었으므로 손가락 인형으로서는 실패작이었습니다. 우리 같은 아마추어로서는 가능한 한 낡은 스웨터나 메리야스 천 등을 사용하는 편이 만들 때나 움직일 때나 편하고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하여 늑대와 아이 그리고 엄마 이렇게 세 명 한 세트가 생겼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것을 활용할 수 있는 이야기를 생각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이 이야기도 가정문고나 그 외 다른 장소에서 아이들에게 기쁨을 안겨줄 수 있었습니다.
이노가시라 유아원에서는, 이야기 전반 부분인, 아이가 집으로 돌아와서 오믈렛을 먹는 장면까지를 하나의 이야기로서 해주었습니다. 그랬는데 공연이 끝나고 나서 아이들이 너 나 할것없이 “늑대야, 아까 그거 알았니? 그거, 널 말하는 거야.”라고 늑대에게 열심히 가르쳐주기도 했습니다.
인형의 매력은 이처럼 아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인형을 다루고 있는 당사자인 어른들과는 관계없이, 직접 인형과 아이들이 만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일은 정말 재미가 있습니다.
게다가, 손가락 인형은 손을 넣어서 조금만 움직이기만 해도 깜짝 놀랄 만큼 표정이 연출되기 때문에, 그것 또한 커다란 매력 중의 하나이지요.
주변에 있는 재료들로 마음대로 손가락 인형을 만들고, 만든 인형을 가지고 집에서 공연을 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 지은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