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필자 이정욱은 가난하고 고된 농촌 생활 속에서도 이름없는 들풀과 꽃의 향기, 맑고 총총히 빛나는 밤하늘의 별, 늘 아름다운 삶의 가락과 기다림의 미덕을 갖게 했던 우리의 산하와 정겨운 사람들을 동경하고 사색하였다. 고향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시작된 가난하고 외로웠던 도시에서의 고교 유학시절부터 일찍이 시인이 되겠다는 마음을 가졌어도 정작 대학에 들어가서는 경제학을 전공하였다. 더구나 청춘에서 중년의 생 대부분의 일터가 된 한국은행에 1992년에 들어간 이후 어찌 보면 시와 매우 동떨어진 경제 문제의 해결에 골몰하는 일에 전념하였고 미국 유학생활 등을 거쳐 국제금융론을 전공한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국장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삶 속에서도 필자는 옛 고향의 그리운 추억과 사람들을 시에 담으려는 정열과 노력을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꾸준히 진행하여 왔다. 이러한 정열의 덕택일까. 2018년 2월, 정부 및 국가 공공기관의 국장 및 임원들이 참가하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제26기 고위정책과정에 입교하면서 이제까지의 삶과 시를 결합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동 과정에 함께 입교한 훌륭한 동료들로부터 듣는 삶의 지혜와 동 교육과정에서 제공하는 국민행복을 위한 고위공직자로서의 리더십과 삶의 성찰이 담긴 주옥같은 어록들은 필자로 하여금 시를 쓸 열정과 용기를 준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쓴 것도 있지만 제26기 고위정책과정이 없었다면 모아질 수도 새로이 쓰기도 어렵다는 점 때문에 이 시들은 제26기 고위정책과정이 필자에게 준 큰 선물임을 평생 기억하며 동 과정의 종료로 인한 이별 이후에도 이때의 동료들을 추억하는 힘으로 계속 시를 이어나갈 것임을 다짐해본다.
끝으로 필자는 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시심을 안겨 주는 고향 친구들과 새로운 삶의 열정을 북돋아 준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제26기 고위정책과정 동기 여러분과 연수 운영진께 거듭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훌륭한 연수과정에 참가할 기회를 주신 이주열 총재님을 비롯한 한국은행 가족 여러분과 언제나 따뜻한 사랑과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은 아내 김차수를 비롯한 가족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합니다. 이밖에 출판계의 어려운 사정 등에도 불구하고 선뜻 시집의 출간을 맡아준 도서출판 시대가치의 김광범 대표께도 한없는 고마움을 전합니다.
2018년 11월
과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우리 현실 생활의 각종 경제적 거래를 위해 돌고 도는 돈의 매개체가 화폐이다. 요즈음 신용카드 등을 비롯한 많은 비현금결제수단이 널리 사용되면서 굳이 화폐가 아니더라도 돈의 역할을 하는 지급결제수단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런 사정으로 혹자들은 ‘현금화폐의 종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적어도 현금화폐를 덜 쓰는 세상은 되겠지만 사람들끼리 살가운 정을 몸소 나누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사회가 우리 앞에 지속되길 바란다면 앞으로도 현금 화폐는 없어서는 안 될 우리 국가와 사회의 믿음직한 공공재가 될 것이다.
화폐는 비단 돈의 역할뿐만 아니라 그 나라 역사와 문화는 물론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참된 가치도 함축하고 있다. 그래서 화폐는 한 나라를 가장 잘 대표하는 최고의 상징이 되고 그 재료의 생산과 제작은 물론 도안 소재의 창조와 구성, 특수한 인쇄 기법 등을 망라하는 종합 예술품이라고도 한다. 설령 그러한 화폐가 사라진다 해도 그것이 함축한 역사?문화적 자존심과 예술적 향기는 아름다운 시어로 영원히 기록될 충분한 이유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여기 ‘화폐 제국의 숨결’은 바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 화폐에 담긴 역사?문화적 자존심과 예술적 향기를 시와 삽화의 형식을 통해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아울러 그에 얽힌 사연들을 사실 등에 기초하여 이야기로도 풀어냄으로써 화폐의 멋과 올바른 삶의 가치를 곱씹어 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즉 눈에 보이지 않고 쉽게 인지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 변화와 각종 기술혁신 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인간의 따뜻한 정과 더불어 사는 지혜는 우리 삶의 중요한 동력임을 화폐에 대한 미적 탐구를 통해 제시하려는 것이다.
또 화폐에 대한 시와 이야기에 더하여 독자들에게 드리는 <부록>의 선물로서 마련한 ‘무전(無錢)의 가을 그리고 인생의 동화 속으로’는 사계절 중 특히 채움에서 비움으로 가는 가을의 정취를 감상하며 돈 없이도 그리움과 우정을 나누었던 삶의 에피소드를 시로 공유토록 한다. 그래도 세상은 살아볼 만큼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기 때문이다.
필자가 한국은행에서 줄곧 통화금융은 물론 실물경제를 분석해온 이코노미스트로서 그리고 경제학을 좋아하는 경제학 박사로서 닦아온 경제적 논리는 일견 시적인 감수성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다수의 합리적 사고에서 더 나아가 늘 국민 마음의 숨결과 함께 하는 공감은 오늘날 제반 경제정책의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사물과 인간의 행태 등을 새롭게 이해하려는 시적인 영감과 감수성은 경제전문가들에게도 나날이 그 필요성이 더해가고 있다고 본다.
본 책이 나오기까지 한국은행의 박운섭 국장님과 장희지, 김하은 님을 비롯한 발권국 직원들은 원고 교정과 자료 편집 등에 큰 도움을 주었고 특히 필자의 큰 형수님이자 화가인 안성옥 작가님은 기꺼이 아름다운 삽화를 정성껏 그려 주셨다. 이분들이 베풀어 준 정성과 은혜에 특히 감사 드리며 화폐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한 한은과 그 가족 여러분 그리고 지난해 많은 가을의 추억을 안겨준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제26기 고위정책과정의 동기들께도 깊은 감사를 전한다.
끝으로 늘 부족한 필자를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아내, 부모님, 형님들 그리고 아들과 딸에게도 한없는 고마움을 전하며 이 책의 들어가는 글을 맺는다.
2019년 가을의 언저리에서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