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이야기 회화사인 만큼 화가와 그림에 관련된 부분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단순히 그림을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그런 그림들이 그려지게 된 배경과 작가의 독특한 인생 편력, 그리고 그 속에서 작가가 느꼈을 심리적인 변화 과정을 보여 주려고 노력했다. 그림은 곧 작가의 인생이고 붓질은 마음의 변화 과정을 그대로 전달해 준다. 때문에 작가가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는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엄정하고 논리적인 논문이나 학술서에서는 다루기 힘든 작가의 일상사를 엮어 보았다.
이 책에서 나는 때로 행복했고 때론 가슴이 서늘했던 나의 개인사를 그림과 연관시켜 엮어보았다. 그러므로 이 책에 소개된 그림들은 이 정도는 알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거드름 피우는 명화들만은 아니다. 그저 어느 순간 내 감정을 툭 건드렸던 그림들이 주가 되었다.
그것도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 그림으로 국한했다. 그 이유는 순전히 내 전공이 동양미술사 쪽이기 때문이다. 이걸 보면서 사람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영역 안에서만 자유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안녕하세요? 이 책을 쓴 조정육입니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아마 저의 개인적인 취향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전공자들이 작가의 생애보다는 그림분석에 바쁠 때도 저는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의 생애가 더 궁금했습니다.
이런 저의 습성은 미술평론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작품도 작가를 직접 만나 제작의도를 듣거나 작품설명을 듣다보면 이론가인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어렵게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도 어쩌면 나와같은 방식으로 그림에 접근하면 쉽게 이해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글을 보니까 이 책이 '화인열전'과 같은 형식이라고 했는데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기존에 나와있는 글쓰기와 전혀 다른 새로운 형식입니다. '화인열전'이 나래이터에 의해 설명하는 기존형식을 고수하였다면 이 책은 소설형식을 더 많이 차용하였습니다. 이야기식인 셈이지요.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하였습니다. 그 형식을 빌려 잠들어있고 화석화되어 있는 그림에 생기를 불어넣고 그림 스스로가, 그리고 작가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내 비춤으로써 그림이 저절로 이해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반영되었는지는 독자들이 판단해 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서문에도 밝혔듯이 기존의 많은 책들을 참조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학림정 이경윤 편에 나오는 임진왜란에 관한 묘사는 유성룡의 <징비록>과 <조선왕조실록>을 참조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꽃과 화초에 대한 내용은 이유미의 <우리나무 백가지>가 모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언급하다보면 이 페이지가 모자랄 정도입니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속에서 이루어지는가를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쓰던 6년의 시간은 그야말로 그림에 대해 깊어질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개인적으로는 무척 행복했습니다. 또한 천학비재한 자신을 매번 확인해야하는 고통스런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여러분들곁에 내 보이는 것은 이 책을 바탕으로 더 좋은 형식의 글들이 나오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저술계획은 6월 쯤에 2권이 나올 예정이고 올 년말에 마지막 3권이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장승업이 나왔던 출판사 아이세움에서 '정선'이 7월 쯤 나올 예정입니다. 그리고 조금 전문적인 책이긴 하지만 "한국의 수묵화"와 "한국의 채색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책들은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조만간 빛을 보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많은 분들의 기대와 채찍질이 있기를 부탁드립니다.
(2002년 5월 12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 코멘트)
이 책을 쓰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우선 글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출판된 많은 회화사 책들이 지나치게 학술적이어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회화를 접하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이야기 식으로 풀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 쉽고 편하게 읽으면서 당시 회화와 작가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얻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이 책의 집필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