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락가(語道樂家)로서 나는 여러 언어의 많은 양상을 맛보지만 특히 언어의 뿌리 및 여러 언어들의 관계를 탐닉한다. 페르시아어가 특히 흥미로운 것은 역사적으로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에 두루 걸쳐 문화어로서 큰 영향력을 끼쳐 여러 언어에 수많은 차용어를 건네주어 딴 언어와 연결 고리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페르시아어 안에도 터키어 및 아랍어를 비롯해 수많은 언어가 교차한 흔적도 보이므로 내게 이란 시 번역은 서아시아 여행과도 같았다.
제목의 ‘불안한 남자’는 비밀을 품고 사라진 잠수함 함장 호칸 폰 엥케거나 늙어가며 자기가 몰랐던 세상이 두려워지는 주인공 쿠르트 발란데르일 수도 있다. 달리 보면 주인공이 대표하는 세상의 모든 남자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보일락 말락 하는 범인의 꼬리를 붙잡으려고 버둥대는 형사처럼 이따금 모호한 원문의 수풀을 만나서 헤매던 나 자신일 것이다. 즉 앞날이 불확실해져가는 이 시대의 누구든 불안한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