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넓은 집으로 이사 와서
수백 종의 꽃과 나무를 모셨는데요
나비와 벌과 애벌레까지 시끌벅적해요
그들 섬기는 일로 하루가 시작되고 마무리되는데요
그러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살아요
기척 없이 아침이 오고 계절이 가는 동안
꽃씨 여물고 열매가 익어요
하여, 꽃이 피면 정답고 지는 것도 여간 괜찮아요
두꺼비가 와도 무던하고 낯 모를 이가 와도 반갑지요
평화롭고 한가롭게
나날을 촘촘히 엮어 야들야들 살고 있습니다
모과나무와 안개나무 사이 쳐 놓은
거미줄에 낚인 시를 여기 옮겨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