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을 시 속으로 불러오는 것은 나의 순정이다. 지금까지 바다에서 삶을 돌파했던 결기. 파도 속에서 기쁨과 슬픔을 주었다가 추억을 불러오고, 또 수많은 눈물을 마음 깊이 사리로 남겨놓는 일, 그것은 사랑이 아니겠는가. 웃고 울며 기억하며 바다를 떠다니는 동안 주문진은 나침판 앞의 등대였다.
-2021년 남대서양에서
2016년 6월이 채 가기도 전에 천금성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해양문학 발전을 위해서 평생 노심초사하시던 선생님이셨고 뒤늦게 문단에 든 내게는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기둥이셨다.
아마도 어선 출신 선장이라는 동질감 때문이기도 했지만 서로 닮은 성정 탓이기도 했다. 그렇다. 돌아보니 모두 바다였다. 천금성 선생님과 함께 행복했고 즐거웠던 시간들이 못 견디게 그리울 것이다.
“사람을 쓰는 구나” 라고 격려하신 나의 책을 천금성 선생님 영전에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