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꿍 영효와 미처 나누지 못한 이야기
축복받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한 시간 이상 둑길을 걸어 학교에 다녔기 때문이다. 날마다 뭐든 상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텔레비전도, 장난감도 없었다. 그래서 짝꿍 영효는 형에게 물려받은 낡은 세발자전거를 굉장한 보물처럼 여겼다. 나를 뒷자리에 태우고 세발자전거의 페달을 밟는 영효!
그럴 때마다 영효는 내가 상상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변신했다. 머리 셋 달린 괴물이 되었다가, 불쌍한 아기 여우가 되었다가, 질투심 많은 강아지도 되었다. 통통하고 말수 적은 영효였지만 내가 만든 이야기 속에서는 언제나 멋진 배우로 활약해 주었다. 영효는 내가 만든 서툰 이야기들을 정말 좋아했다.
그런 영효가 여름방학이 가까워 올 즈음 저수지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영효는 숨을 멈춘 채 풀밭에 가만히 드러누워 있었다. 마치 잠든 것처럼! 그때 느낀 슬픔은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한다.
2012년 가을, 나는 영효를 ‘외계인 셀미나의 특별 임무’ 시리즈의 주인공 영재로 불러냈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을, 그 짧지만 환상적인 시간들을 아름답게 추억하면서 그때 미처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영원한 내 짝꿍 영효와 함께하고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