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처음으로 목도한다는 감격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어서, 나는 그야말로 신생의 환희에 온몸 온 맘이 떨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중략)…백두산 말고 우리 겨레의 가장 사랑하는 명산은 바로 금강산일 것이다. 옛 중국 시인도 고려국에 태어나서 금강산 보는 것이 소원이노라고 하지 않았던가.
‘폭포’-미美란 무엇인가? 그것도 압도적인 미란 무엇인가? 왜 인간은 폭포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르는가? 미를 통해서 인간이 정화되고 마침내 구제될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인간이 관폭도를 통해서 깨닫게 되는 것은 결국 대긍정과 찬미의 정신으로 주객이 하나 되어 있다는 것인데 그것이야말로 ‘최선의 삶’이라는 것이리라.
‘정자’-정자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지붕을 받쳐주는 네 기둥과 마루가 있을 뿐 벽도 없고 창도 없다. 그 안에 들어서면 사방이 열려 있어 그렇게 시원하고 아늑할 수가 없다. 자연의 품에 고즈넉하게 안긴 느낌이다. 맑은 바람과 햇살과 흙냄새와 물소리를 만끽할 수 있다.…(중략)…한국의 문화를 정자문화라 일컫기도 하는 것은 조금도 틀린 말이 아니다. 정자문화의 근원을 캐고 보면 아마도 그것은 한국의 원종교, 풍류도 사상에 가닿게 될 줄 안다.
‘소나무’-‘미쳐야 미친다’는 말이 있듯이 그동안 나는 소나무에 미쳐서 살아온 게 사실이다.…(중략)…덕분에 내겐 ‘소나무 시인’이라는 별칭도 생겼다. 소나무와 풍류도, 소나무 미학, 소나무 문화, 소나무 시학 등 소나무 화두를 놓지 않았고, 이런 끊임없는 사랑으로 말미암아 나와 소나무와 세계와 우주는 하나로 꿰뚫려서 사사무애事事無碍의 대화엄경이 열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