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활동은 인류가 가진 의아하고 경이로운 특성이지만 그만큼 주목받지는 못했다. 나는 우리가 왜 음악을 만들고 듣는 행위에 탐닉하는지를 나 나름으로 설명해보고자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물론 음악학을 포함하여 고고학, 인류학, 심리학, 신경과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나온 최신 증거들을 이리저리 짜 맞추면서 그 관계를 설명해보고 싶었다. 내가 다루고 있는 것은 음악만이 아니라 언어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책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둘을 따로 떼어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이 작업을 진행하면서 나는 음악과 언어의 진화는 인간의 몸과 마음이 진화 속에서 설명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따라서 야심찬 작업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이 작업이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에게 흥미로울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능히 읽을 수 있는 내용이 되기를 바랐다. 사실 이 책은 인간의 조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음악은 인간의 조건에 돌이킬 수 없는 자취를 남겼으므로. ('서문' 중에서)
사람의 마음이 진화하기까지는 수백만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그것은 예정된 목표도 방향도 없는 길고 점진적인 과정의 산물이다. 이 과정의 마지막 250만 년 동안 우리 조상은 돌로 만든 연장, 음식물 부스러기, 동굴벽화 같은 흔적을 남겼다. 문자 기록을 남기는 일은 이 기간의 막바지에 다다른 5천 년 전부터나 가능했다. 그러니 마음의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사시대'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구분짓는 특징, 언어와 높은 지능 같은 특질들이 발생한 것이 바로 이 시기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대한 이해는 사람됨이 무엇을 뜻하는가에 대한 바른 인식을 낳는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이 책 <마음의 역사>를 고고학자인 심리학자는 물론, 어느 정도 지적 호기심을 가진 사려 깊은 독자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