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한국의 독자들이 중국이나 일본 독자들보다 루쉰을 가장 잘 읽고, 루쉰의 의미를 제대로 발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중국처럼 루쉰을 신화 속에서 읽거나, 일본처럼 철지난 골동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우리 삶에 되비추어 루쉰을 읽어내기 때문이다. 리영희 선생이나 전우익 선생 등이 대표적으로 그러하다. 루쉰의 글이 우리 사회와 삶을 반성하는 기제로서 읽혀온 것이고, 이러한 차원에서의 루쉰의 글과 사상이 지닌 현재성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본다. '루쉰'의 글과 사상이 우리 삶과 현실을 읽는 데 여전히 호소력을 지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루쉰은 중국인의 영혼을 치료하기 위해 소설을 쓴다고 했다. 이런 루쉰의 말대로라면, 위화는 오늘 중국에서 루쉰의 전통을 가장 잘 잇는 작가다. 그는 지금 중국 작가들이 “자기의 편협함을 자랑으로 생각하면서 문학 이외의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자랑하듯이 선언”하는 중국의 문학 풍토를 비판하면서, “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차라리 치료법을 찾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 환자”인 병든 중국 현실에서 “나는 한 사람의 환자”라고 자처하면서, 글로써 병든 중국의 현실을 치유할 치료법을 찾는 것이다. 위화가 오늘 중국 문학계에서 차지하는 특별한 위상이 위화의 이러한 작가적 자세에서 연유한다는 것을 독자들은 이 산문집을 통해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과 정보는 넘치지만, 지혜는 부족한 시대다. 진정한 인문 여행이란 지식을 축적하는 여행길이 아니라 삶을 통찰하는 지혜를 얻는 여행길이다. 인간이 일회성 동물의 시간을 사는 듯하지만, 지고 마르고 시들었다가도 다시 잎이 나고, 꽃이 피고, 되살아나는 식물의 시간을 사는 게 인간의 삶이다. 삶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홀로 걸었던 길에서 만난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면서 때로는 세상의 보폭으로, 때로는 자신만의 보폭으로 인간과 삶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인문 여행이 되길 희망한다. - 「책머리에」에서